
"고독한 여행, 결국 나를 만나는 시간"
스페인 남부의 어느 마을, 하얀 벽과 파란 하늘이 눈부시게 맞닿는 곳.
그라나다에서 아침 일찍 떠난 버스는 몇 번의 굽이진 길을 돌아 조용한 산 중턱에 나를 내려놓았다.
마을은 잠든 듯 고요했고, 나는 혼자였다. 처음엔 이 낯선 정적이 불편했다.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, 고독은 마치 한 겹의 옷처럼 익숙해졌다.
나는 그날 하루 종일 걸었다. 하얀 집들을 따라 걷고, 낯선 고양이와 눈을 마주쳤고, 언덕을 넘어 다시 언덕으로 이어지는 길 위에서 나 자신과 끝없이 대화를 나눴다. ‘
나는 왜 이 길을 걷고 있을까?’ ‘무엇을 놓고 왔으며, 무엇을 찾으려는 걸까?’
여행이란, 단순한 장소의 이동이 아니라 마음의 이동이라는 걸 그날 처음으로 이해했다.
사람들과 어울릴 때는 잊고 지내던 감정들, 혼자일 때야 비로소 마주하게 되는 감정들이 있다. 고향 생각, 후회, 감사, 희망… 모든 감정이 길 위에서 다투다가도 어느 순간 나란히 걸었다.
그날 해 질 무렵, 작은 언덕 꼭대기에서 지중해가 반짝였다. 붉게 물든 바다는 마치 ‘잘 왔다’고 말해주는 듯했다.
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다. 아무도 없는 풍경 앞에서 울 수 있다는 건, 아마 인생에서 가장 큰 자유일지도 모르겠다.
여행은 그 자유를 안겨준다. 그리고 고독은, 그 자유를 깊게 만들어 준다. 혼자였기에 더 온전히 느낄 수 있었고, 혼자였기에 더 많이 채워질 수 있었다.
다시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. 나는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. 오히려 오래된 친구와 하루를 함께 보낸 것처럼 마음이 편안했다. 그 친구의 이름은, 나였다.
여행에서 만나는 가장 깊은 인연은, 어쩌면 내가 나와 다시 만나는 순간이 아닐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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